월가의 전설적 채권 전문가 제프리 건들락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제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 장기 금리 상승과 달러 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렌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십 년간 안전 자산의 대명사였던 미국 자산이 이제 투자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왔다.
'채권왕' 건들락의 날카로운 경고
제프리 건들락은 더블라인 캐피털의 CEO로, '채권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국채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해온 투자 전문가다. 그가 최근 내놓은 전망은 충격적이다.
건들락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정책이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유롭게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급증해 국채 수익률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의 재정 상황이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1.8조 달러를 초과했고, 36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의 이자 비용이 1.1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이미 미국 국방비와 맞먹는 수준으로,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건들락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 침체 가능성을 50%에서 60% 사이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전례 없는 '셀 아메리카' 현상의 등장
2025년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자산을 팔아치운다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기조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만 아니면 돼(Anywhere But the USA, ABUSA)"라는 투자 흐름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는 과거 투자자들이 보여온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가 4월 2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이자, 중대 실패자(major loser)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며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자 달러 가치, 주가, 국채가 또다시 동반 하락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채와 달러까지 모두 내던지며 시장을 떠나갔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자산의 안전 자산 지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부채 문제, 이제는 감출 수 없는 현실
미국의 부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우려가 아닌 현재진행형 위기로 부상했다. 2024회계연도 동안 미국 정부가 지출한 국채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9% 증가한 1조133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자비용이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와 국방비 지출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자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이는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제시한 '퍼거슨의 법칙'에 부합하는 현상으로, "역사적으로 나랏빚에 대한 이자 비용이 군사비를 넘어서기 시작한 시점에 강대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은 의무지출 및 이자지급 비용 등의 증가로 향후 10년간 부채가 급증해 2034년 56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GDP 대비 123% 수준인 부채 비율이 더욱 악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신용등급 하락과 투자자 신뢰도 타격
미국의 재정 악화는 이미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의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부채 부담이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다른 국가의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는 의미"라며 미국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16일(현지 시간)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그동안 월가 안팎에서 이어지던 부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경보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닌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의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프랭클린탬플턴의 투자책임자인 맥스 고크먼은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국채를 다른 안전자산으로 전환하고 있기에 부채 상환 비용은 계속 늘 것"이라며 "이는 장기 미국 국채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달러 매도 압력을 높이고 미국 주식의 매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금 이동의 새로운 패턴
'셀 아메리카'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닌 글로벌 자금 이동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알랭 보콥자 글로벌 자산관리 책임자는 "미국의 새 행정부는 매우 높은 수준의 광범위한 불확실성을 만들었고 그로 인한 대규모 자산 재분배는 이제 막 시작돼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인티원의 신흥시장 회사채 공동 책임자인 앨런 시우는 이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가장 핫한 트레이드는 "미국만 아니면 돼(ABUSA)" 트레이드라면서 미 예외주의는 저물고 있다는 공감대가 저항 없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투자 자금의 실질적인 이동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유럽주식전략 책임자 이매뉴얼 카우는 이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달러 표시 자산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책의 이중적 딜레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 자산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관세 정책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과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이중적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중국산 소비재에 30% 관세 인상 시 전체 물가에 1.5%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적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관세와 함께 부채 문제에 주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관세에 과도한 정부 부채가 맞물리면 "세계가 매우 파괴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다"며 "미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재 6.4%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로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는 해외 자산
미국 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대안을 찾고 있다. 그는 이어 "동시에 신흥시장, 유럽, 일본 같은 다른 글로벌 시장들은 더 나은 펀더멘털, 매력적인 위험/수익, 그리고 광범위한 저매수 상태"여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도 미국 자산 회피 전략을 권고하고 나섰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도 지난달 29일 분석노트에서 "채권, 국제시장, 금 등 이른바 (BIG)에 자산을 배분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해외 주식은 올해 미국 주식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한국 투자자들에게 이런 변화는 포트폴리오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동안 안전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와 달러 자산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은 3분기 대외 요인과 추경 이슈를 반영하며 금리 변동성이 높아질 때 적극적인 듀레이션 확대 전략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달러 인덱스는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약세로 전환했고 3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반면 또다른 기축통화인 엔화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게 올랐고 유로화 역시 3년 이상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는 달러 약세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전략
'셀 아메리카' 현상이 일시적인 조정인지 구조적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필패할 수밖에 없으니 올해 하반기부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등) 기조가 조금 바뀌지 않겠나. 올해 3분기까지는 '셀 아메리카' 현상이 이어질 수는 있지만, 초장기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이미 미국은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었고, 동맹국을 강력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단기간에 그 지위가 뒤집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제는 미국과 달러의 지위 그리고 미국 자산은 안전하다는 가정들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트폴리오의 지역별 분산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자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투자보다는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으로 분산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된다.
둘째, 통화 다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달러 약세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해 엔화, 유로화, 원화 등 다양한 통화 자산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대안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금, 원자재,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리 건들락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경고는 단순한 시장 전망을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다. '셀 아메리카'라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 구조 변화의 시작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투자자들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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