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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FRS 18 도입 파장: 20년 만의 대대적 회계기준 개편과 기업들의 대응

by SSSCP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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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24년 4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발표한 IFRS 18은 20년 넘게 사용해온 IAS 1을 대체하며 재무제표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전 세계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준비 상태는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저조한 준비율은 우려를 자아낸다.

영업이익의 재정의: 패러다임의 전환

기존 관행의 붕괴

수십 년간 기업들은 영업이익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해왔다. 어떤 기업은 외환차익을 영업이익에 포함시켰고, 다른 기업은 제외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워왔다. 같은 업종의 기업조차 비교가 어려웠던 것이다.

IFRS 18은 이런 혼란을 종식시킨다. 손익계산서를 영업, 투자, 재무 등 다섯 가지 범주로 명확히 구분하고, '영업이익'이라는 표준화된 지표를 도입한다. 더 이상 기업들이 자의적으로 영업이익을 정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 잔여범주 개념

하지만 새로운 기준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IFRS 18에서 영업이익은 '잔여범주'로 정의된다. 즉, 투자와 재무 범주에 속하지 않는 모든 손익이 영업이익에 포함된다. 이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장 화재로 인한 일회성 손실이나 예상치 못한 자산 매각 이익도 영업이익에 반영될 수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를 두고 "가짜 어닝서프라이즈"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기업들의 준비 상태: 빨간불

충격적인 준비율 4%

2025년 4월 조사 결과, KOSPI 200 기업 중 IFRS 18 도입에 준비가 된 기업은 단 4%에 불과했다. 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7년 의무 적용까지 채 2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시작선에 서 있다.

이런 늦장 대응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새로운 기준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또한 시스템 개편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인력 투입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K-IFRS 1118호: 한국의 대응

한국은 2027년부터 K-IFRS 제1118호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5년 실적부터 비교표시가 요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실질적으로 2025년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글로벌 대응의 온도차

필리핀과 인도: 기회로 인식

흥미롭게도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IFRS 18을 기회로 보고 있다. 필리핀은 2027년부터 새 기준을 적극 도입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려 한다. 인도 역시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 강화를 위해 IFRS 18 채택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인도의 비은행금융회사(NBFC)들은 재무기준과 수익인식 요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IFRS 18이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경쟁력 강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중앙은행의 고민

중앙은행들도 IFRS 18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4년 4월 Central Banking의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기준은 중앙은행의 보고 관행과 시스템 변경을 요구한다. 특히 보고의 일관성과 중요성 판단에 새로운 복잡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기업의 실질적 준비 과제

시스템 대수술의 필요성

IFRS 18 도입은 단순한 회계정책 변경이 아니다. 기업 전반의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수익과 비용을 새로운 범주로 분류하고, 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ERP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이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관리자 정의 성과지표(MPM)'의 공식화다. 기업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비공식 성과지표들이 이제 재무제표의 일부가 되고, 외부 감사의 대상이 된다. 이는 내부통제 체계의 근본적인 재정비를 의미한다.

AI 기술의 활용

다행히 기술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PwC 같은 회계법인들은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손익계산서 변경사항을 분석하고 구현을 지원한다. 이런 기술적 지원은 기업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투자자와 시장의 시각

투명성 강화의 양면성

IFRS 18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 강화다. 표준화된 영업이익 정의로 기업 간 비교가 쉬워지고, MPM의 공식화로 경영진의 자의적 판단이 줄어든다. 이는 투자자들의 오랜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비경상적 손익이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수익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금융업, 지주회사 등 특수한 업종에서는 실질적인 비교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적응 기간 필요

전문가들은 시장이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특히 초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투자자들도 새로운 재무제표 형식에 익숙해져야 하고, 분석 방법론도 수정해야 한다.

남은 과제와 전망

업종별 가이드라인의 시급성

한국 회계업계는 업종별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제조업, 금융업, 유통업 등 각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특히 비경상적 이익의 별도 표시 방안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조기 적용의 딜레마

일부 선도 기업들은 조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 우위 확보와 시장 신뢰 제고가 목적이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 조정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 준비가 곧 경쟁력

IFRS 18은 피할 수 없는 변화다. 20년 만의 대대적 개편은 기업들에게 부담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한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4% 준비율은 경종을 울린다. 2027년이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이미 시작됐다. 시스템 개편, 인력 교육, 내부통제 강화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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